어릴 적 시골, 고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었던 작물이 뽕나무와 누에였다.
그냥 그렇게 뽕나무와 누에와 더불어 사는 것이 당연시 되던 때가 있었다.
성인이 된 후 흔하게 볼 수 있던 양잠농업은 어느 순간에 쉽게 볼 수 없는 농업이 되었다.
내가 고객들에게 흔히 듣는 말 중에 하나가
"내가 어릴적 누에를 키웠습니다."
그 많은 누에와 뽕나무는 어디로 사라진걸까?
'홍잠'을 연구 개발 핵심 인력 중 한분인 농촌진흥청 지상덕 전 서기관이 이런 말을 한적이 있었다.
"안타깝지만 우리나라 양잠농업은 우리대에서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."
그때 지상덕 전 서기관의 슬픈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.
그럼 우리나라 양잠농업이 후대로 이어지고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될까?
단지 양잠농업인들이 열심히 한다고해서 될 수 있는 일인가?
우리나라 우수한 양잠산물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 가능한 일인가?
농촌진흥청에서 우수한 연구, 개발을 지속하면 우리나라 양잠농업은 부활할 수 있을까?
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.
아주 간단히 정리해 볼까?
우선 누에를 키우려면 뽕밭이 있어야하며 잠실이 있어야할 것이다.
그 환경은 친자연환경으로 유지되야할 것이며 양잠농업을 할 수 있는 노동력도 필요할 것이다.
그렇게 생산환경을 조성해서 양잠산물을 생산하면
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야하며 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제조, 가공 시설이 있어야할 것이다.
현대에 와서 이 제조, 가공 시설은 안전과 위생의 밀접한 관계로 인해 각종 인증(HACCP 등)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.
우리들이 생산한 양잠산물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성분분석, 새로운 기능적 연구 개발, 정량적 지표, 표준 품질관리
등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.
이렇게 준비된 양잠산물을 언론, 매체 등을 이용해 홍보를 하며 널리 알려야 할 것이며
고객이 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온라인, 편의성을 준비해야할 것이다.
다시 처음부터 모든 과정이 경제순환되면서 양잠농업 동력 활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.
이런 수 많은 일련의 과정들과 노력이 하루아침에 가능할까?
양잠농업관련 많은 분들은 '홍잠'의 우수성을 잘 알기에
'언젠가 홍잠은 홍삼처럼 유명해질 것이다' 라고 말을 한다.
그 언젠가가 도대체 언제일까? 1년이 될 수도 있고 5년이 될 수도 있으며 10년이 될 수도 있기에
그동안 우리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해야하는 것일까?
간단하게 나열해 보았지만
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계획을 세우다보면 수 많은 경우의 수와 엄청난 리스크가 존재하며
무한의 노력과 땀을 필요로 한다.
좌절은 하루에도 수백번씩 밀려오며
의심은 나를 나약하게 만든다.
드라마 미생에서
"가능성이 있다라는 말은 좀 더 따져봐야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
긍정적인 반응이란 말은 아직은 아무 것도 결정된게 없다 라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"
란 대사가 나온다.
양잠농업 현장에서 나의 '가능성이 있다' 라는 막연한 신념은 희망과 좌절을 공존하며
수십번, 수백번, 수천번씩 싸우고 있으며
'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'라는 희망의 꿈은 한여름밤의 꿈을 의미할 수 있다라는 것을
느끼면서
가능성이 있다, 긍정적이다 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
오늘도 수백킬로를 달리고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
누에를 줄 뽕잎을 준비하고
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고 온 몸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첨 아픔을 참아내고 누에들이 잘 자라는지
살펴보면서
이러한 모든 행위를 통해 그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인연을 만들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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